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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riend to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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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옷을 옷장에서 꺼내 35개의 마네킹에 입혀 세워두었습니다. 하나씩 꺼낼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그 시절의 내가, 여러 개의 페르소나처럼 한 공간에 동시에 서 있었습니다. 거울이나 사진 속에서만 보던 모습이 아니라, 마치 평행우주에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던 나를 한꺼번에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옷은 그때의 온도와 태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서니, 과거와 현재 사이에 ‘시차’가 생겼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옷들을 보고 누군가는 연락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나도 그걸 기억한다.” “그 시절, 누가 떠오른다.” 음악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듯, 옷 역시 각자의 시간을 불러냅니다. 노스탈지아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은신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덴마크의 친구 프레데릭과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상은 계속 빠르게 변하지만 우리에게 남아 있는 희망의 감각은 어쩌면 노스탈지아 속에 있는 것 같다고. 이번 FFF는 과거를 소비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시간의 시차를 한 공간에 세워두고 그 간극을 천천히 걸어보는 자리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는 내 옷만으로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10년 이상 세대 차이가 나는 친구와 서로의 옷을 섞어 스타일링을 만들었습니다. 나의 노스탈지아가 그에게는 새로움이 되고, 그의 현재가 나에게는 또 다른 미래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차는 단절이 아니라 겹침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확인했습니다. FFF는 From Friend to Friend. 시간에서 시간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건너가는 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