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yang
QUINTESSENCE
at Working With Friend
May 18th - May 31st, 2026
이 전시는 태양의 새로운 앨범 QUINTESSENCE에서 출발해 음악, 단어, 물질, 그리고 공간이 하나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QUINTESSENCE는 고대 철학에서 말하는 다섯 번째 원소를 의미한다. 흙, 물, 공기, 불을 넘어 세계의 본질을 이루는 가장 순수한 요소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QUINTESSENCE는 태양이라는 아티스트가 시간 속에서 축적해온 감정과 기억, 신념과 질문, 그리고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감각의 정수를 의미한다. 이번 앨범에는 서로 다른 장르로 구성된 열 개의 곡이 담겨 있으며, 각각의 곡은 태양이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감정과 생각, 그리고 음악적 정체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LOVE, FAITH, LIFE, TIME, SPACE, CHEMISTRY, LIGHT, TRUTH, ETERNITY와 같은 단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시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이기도 하며, 태양이 생각하는 ‘QUINTESSENCE’에 가장 부합하고 근접한 감정과 상태를 담고 있는 단어들로 선택되었다. 이 단어들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한 인간이 지나온 시간 속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감정의 좌표들이다. 각 작품은 이러한 단어들을 물질과 빛, 시간, 그리고 공간의 형태로 변환하며 구현된다. 이번 전시의 많은 작업들은 태양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그가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완성되었다. 그는 단어가 지닌 감정의 상태를 물질적인 형태로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실험을 시도했다. 태양은 ‘FAITH’와 ‘LOVE’ 작품에서 실제 불을 사용해 글자를 그을리는 방식으로 단어에 흔적과 긴장을 남겼고, ‘LIFE’ 작업에서는 1988년도 LIFE 잡지를 수집해 그 안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직접 오려 거울 위에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통해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만들어냈다. 또한 태엽시계와 전자시계를 함께 사용하는 작업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고, 꽃과 낙엽을 레진으로 굳혀 나무 벤치를 만드는 작업 등 전시의 여러 요소에서 그의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물질과 형태로 구현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단어를 단순한 상징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감각과 시간의 흔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태양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Working With Friend의 기획과 공간 연출을 통해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확장되었으며, 작가 이원우의 조각 작업이 더해지고 목정욱의 기록이 함께하며 전시 전체를 하나의 물질적 풍경으로 완성한다. 관객은 음악을 듣고, 이미지를 보고, 작품 사이를 걸으며 하나의 흐름 속을 이동하게 된다. 이 전시는 음악을 설명하는 전시라기보다 태양이라는 아티스트를 이루는 감정과 질문의 핵심, 즉 ‘QUINTESSENCE’를 공간 속에서 경험하게 하는 하나의 장면에 가깝다.
전시의 시작에는 작가 이원우가 제작한 대형 알루미늄 주조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전시 전체의 개념인 QUINTESSENCE를 물질의 형태로 구현한 작업이다 자연석의 형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은 처음에는 하나의 원초적인 물질처럼 보인다. 거칠게 형성된 표면과 묵직한 덩어리는 오랜 시간 자연 속에 존재해 온 돌을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표면에 새겨진 단어들을 통해 이 조각이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적 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감정과 음악의 언어를 물질로 압축해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조각 주변에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의 제목이 새겨진 돌 작업들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각 돌에는 BAD, LIVE FAST DIE, SLOW, WOULD YOU, MOVIE, OPEN UP, LOVE LIKE THIS, YES, NOW, G.O.A.T, 4U와 같은 곡 제목이 새겨져 있으며, 이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이번 앨범의 10개의 트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타이포그래피 로고들이다. 각각의 로고는 곡이 지닌 장르와 분위기, 그리고 음악적 성격을 시각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앨범에 담긴 열 개의 곡은 서로 다른 장르와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이 단어들은 그 음악의 성격을 압축한 상징처럼 공간 속에 배치되어 있다. 음악 속에서 들리는 언어는 돌이라는 물질 위에 새겨지면서 하나의 조형적 표식으로 변하고, 각 곡은 공간 속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드러난다. 이 공간은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관객이 이번 앨범의 세계를 처음으로 마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장르의 곡들이 단어와 형태로 펼쳐지며, 관객은 전시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앨범의 분위기와 정서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이 장소는 전시의 시작점이자, 음악과 전시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환영의 공간처럼 작동한다.
1층 리스닝 바에서는 태양의 새로운 정규 앨범 QUINTESSENCE가 재생된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음악을 배경으로 전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음악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리스닝 바는 앨범을 감상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전시의 감각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공간이다. 천장에는 대형 패브릭 설치 작업이 떠 있다. 패브릭 위에는 SPACE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으며, 부드럽게 펼쳐진 천의 형태는 마치 음악의 진동이 공간 위에 남긴 파동처럼 보인다. 관객이 그 아래에 머물 때,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머리 위와 주변을 감싸는 하나의 환경으로 확장된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간 속에서 퍼지고, 공기를 흔들며, 사람의 감각과 분위기를 바꾼다. 이 작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소리의 영역을 시각적인 장면으로 드러낸다. 패브릭의 움직임과 크기, 천장에 떠 있는 형태는 음악이 만들어내는 무형의 공간을 물질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보여준다. SPACE는 음악이 머무는 보이지 않는 장소이자, 감정과 기억이 울림으로 퍼져나가는 영역을 상징한다. 관객은 이 공간에서 태양의 음악이 만들어내는 넓이와 깊이를 몸으로 감각하게 된다.
계단 위 공간에서 관객은 LIFE 작업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아래층에서 흐르던 음악의 분위기를 지나 전시의 또 다른 장면으로 이동하는 중간의 장소이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하나의 이미지를 마주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 작품은 1988년도 LIFE 매거진을 수집하여, 표지에 인쇄된 LIFE 로고들을 하나씩 잘라 거울 위에 중첩해 붙여 만든 작업이다. 수많은 잡지에서 잘라낸 로고들이 거울의 표면을 촘촘하게 채우고 있으며, 그 사이에는 십자가 형태의 빈 공간이 남겨져 있다. 수집된 이미지와 텍스트가 겹겹이 쌓여 하나의 표면을 이루지만, 그 중심에는 의도적으로 비워진 형태가 자리하고 있다. 이 작업은 태양이 직접 잡지를 자르고 로고를 하나씩 붙이며 완성한 것이다. 반복적인 손의 작업을통해 만들어진 이 표면은 시간의 축적과 같은 리듬을 담고 있다. 수십 개의 LIFE라는 단어가 겹쳐지며 하나의 장면을 이루지만, 그 가운데에는 어떤 이미지도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남는다. 관객은 이 비워진 십자가의 형태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거울은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작품의 일부로 작동하며, 관객의 얼굴과 몸이 그 빈 공간 속에 들어오면서 작업은 비로소 완성된다. 외부에서 수집된 수많은 이미지와 단어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결국 그 중심에는 관객 자신의 모습이 나타난다. LIFE는 삶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개념이나 상징이 아니라, 외부의 기억과 이미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되돌아오는 경험임을 보여준다. 잡지라는 매체가 담아온 시대의 장면들과 반복되는 LIFE라는 단어는 삶의 다양한 표면을 상징하고, 그 중심에 남겨진 빈 공간은 결국 삶이 개인의 존재로 돌아오는 순간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수많은 이미지와 언어로 둘러싸인 세계 속에서, 우리가 결국 마주하게 되는 삶의 중심이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LOVE는 태양의 앨범 QUINTESSENCE를 이루는 감정 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형태를 다루는 작품이다. 이 작업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지닌 강도와 온도,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는 감정의 흔적을이야기한다. 200호 캔버스 위에는 LOVE라는 단어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주변의 표면은 실제 불에 그을리고 타들어간 흔적처럼 표현되어 있다. 캔버스 위에 남아 있는 어두운 그을음과 번진 자국들은 단순한 회화적 효과가 아니라 태양이 직접 불을 사용해 작업하며 만들어낸 물리적인 흔적이다. 이 과정에서 불은 사랑을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사랑이 지닌 온도와 에너지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상처처럼 보이는 흔적들이 남지만, 그 중심에 있는 LOVE라는 단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타들어간 표면 속에서도 단어는 여전히 읽히며 화면 위에 남아 있다. 전시장 복도에는 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한 사진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태양이 캔버스 위에서 직접 불을 사용해 화면을 그을리고 작품을 완성해가는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으며, 관객은 완성된 작품과 함께 그 과정 또한 하나의 장면처럼 마주하게 된다. 이 작업은 사랑이 단순히 밝고 완전한 감정이 아니라, 상처와 열,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 속에서 남아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LOVE는 불의 흔적 속에서도 끝내 남아 있는 감정의 본질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FAITH는 믿음이라는 단어가 지닌 내면의 긴장과 시험의 순간을 다루는 작품이다. 이 작업은 신념이 단단하게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시험받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캔버스 위에 적힌 FAITH라는 단어는 불에 탄 듯한 질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화면의 표면에는 실제로 그을린 흔적과 손상된 자국들이 남아 있으며, 단어의 형태 역시 완전히 깨끗한 상태가 아니라 일부가 훼손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표면은 믿음이 항상 확고하고 안정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함과 긴장 속에서 흔들리며 형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작품 역시 태양이 직접 캔버스 위에서 불을 사용해 작업하며 완성한 것이다. 불을 가까이 가져가 표면을 그을리고 흔적을 남기는 과정을 통해 화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물리적인 사건처럼 만들어진다. 캔버스 위에 남은 그을음과 번진 자국들은 믿음이 지나온 시간과 시험의 순간을 상징하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이 작업에서 불은 믿음을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믿음을 시험하고 정제하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글자는 훼손된 듯 보이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끝내 남아 있으며, 오히려 주변의 어두운 흔적 속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FAITH는 의심과 시련의 시간을 통과하면서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신념의 상태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흔들리고 손상된 표면 속에서도 단어는 끝내 남아 있으며,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분명해지는 믿음의 본질을 상징한다.
메인 공간의 중앙에는 TIME 벤치가 놓여 있다. 이 작품은 관객이 전시 공간을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되는 장소이자, 여러 시간의 감각이 한 지점에서 겹쳐지는 순간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 벤치는 네 개의 레진 구조물을 TIME이라는 단어의 각 글자 형태로 제작하고, 그 위에 월넛 원목 상판을 올려 완성되었다. T, I, M, E의 형태를 가진 다리는 바게트 다이아몬드를 연상시키는 투명하고 단단한구조로 만들어졌으며, 네 개의 글자가 일렬로 배치되며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투명한 레진은 빛을 통과시키며 내부에 담긴 요소들을 드러내고, 그 위에 놓인 따뜻한 질감의 월넛 원목 상판은 사람들이 실제로 앉아 머무를 수 있는 물리적인 장소를 만들어낸다. 레진 안에는 서로 다른 시간의 상징들이 담겨 있다. 아날로그 시계의 부품, 디지털 시계, 낙엽과 조화와 같은 요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나타내는 오브제들이다. 어떤 것은 기계적인 시간의 흐름을상징하고, 어떤 것은 자연 속에서 지나가는 계절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서로 다른 시간의 표식들은 투명한 구조 안에서 함께 존재하며 하나의 구조 속에 공존한다. 이 작업은 태양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된 조형물로, 하나의 순간 속에 여러 시간의 감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과거와 현재, 자연의 시간과 인공적인 시간, 개인의 기억과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서 겹쳐지며 경험된다. TIME은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들이 하나의 순간 속에서 교차하는 상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관객은 이 벤치에 앉아 공간을 바라보며 전시의 흐름 속에서 잠시 머무르게 되고, 그 순간은 전시의 시간과 개인의 시간이 만나는 하나의 장면이 된다.
CHEMISTRY 공간은 빛과 전기, 네온과 안개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공간은 물질적인 조형물보다도 빛과 공기, 그리고 순간적인 변화로 이루어진 하나의 환경에 가깝다. 관객이 이곳에 들어서면 안정된 형태의 작품을 바라보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상태 속에서 공간 전체를 경험하게 된다. 공간 안의 조명은 마치 번개가 치듯 반복적으로, 그러나 불규칙하게 빛을 낸다. 예측할 수 없는 간격으로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빛은 공간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바꾸며, 관객의 시선과 감각을 잠시 멈추게 만든다. 어두움 속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빛은 마치 어떤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 빛의 움직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긴장을 시각화한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마주할 때 생기는 감정의 진동,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이나 긴장, 혹은 예기치 않은 연결의 순간들이 번쩍이는 빛의 형태로 공간 속에 나타난다. 안개는 이러한 빛을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기 중에 퍼진 안개는 빛이 공간 속에서 퍼지고 흩어지도록 만들며, 빛의 경로와 흔적을 잠시 동안 드러낸다. 빛은 안개 속에서 형태를 가진 듯 보이다가 이내사라지고, 다시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빛이 나타난다. 이 장면은 화학 반응처럼 예측할 수 없이 일어나는 관계의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만남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지나가지만, 어떤 순간에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발생하며 강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CHEMISTRY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반응의 순간을 공간의 경험으로 바꾸어 보여준다. 빛의 점멸과 안개 속에서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장면 속에서, 관객은 관계와 감정이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에너지의 상태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CHEMISTRY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연결과 반응을 빛과 공기의 움직임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관객은 LIGHT라는 단어가 새겨진 커튼을 마주하게 된다. 이 커튼은 단순히 다음 공간을 가리는 장치가 아니라, 전시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경계를 형성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관객은 이 커튼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되며, 이전의 공간에서 경험한 감각들을 지나 마지막 장면으로 이동하기 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커튼 위에 새겨진 LIGHT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다음 공간을 예고하는 표식처럼 보인다. 부드럽게 드리워진 천의 표면은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은은하게 통과시키며, 커튼 뒤편에서 새어나오는 빛의 기운을 희미하게 드러낸다. 관객은 커튼 너머의 공간을 완전히 볼 수는 없지만, 그 안에 어떤 밝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 커튼은 물리적인 경계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상징적인 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관객은 커튼을 직접 지나며 다음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순간은 어둠이나 긴장의 상태를 지나 빛을 향해 이동하는 하나의 전환처럼 경험된다. 전시의 흐름 속에서 LIGHT는 마지막 공간으로 이어지는 문이자, 감정과 시간의 여러 층위를 지나 도달하는 하나의 상태를 상징한다. 관객은 이 커튼을 통과하며 전시의 마지막 장면으로 들어가고, 그 움직임은 마치 빛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커튼을 지나면 어둡게 구성된 공간이 나타난다. 이전 공간에서 느껴지던 빛의 기운과는 달리, 이곳은빛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어둠 속에서 아주 작은 빛을 향해 집중하게 된다. 벽 안쪽에는 작은 전구 하나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미약한 빛이 비추는 자리에는 태양의 손글씨로 적힌 단어 TRUTH가 드러난다. 주변은 어둡게 유지되어 있고, 오직 그 작은 빛만이 단어를 비추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 단어에 시선을 모으게 된다. 이 작품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로 작동한다. 진실은 언제나 밝고 분명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비추어질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단어가 빛을 받는 순간 나타나는 장면은, 우리가 어떤 사실을 깨닫는 순간과도 닮아 있다. 손글씨로 쓰인 TRUTH라는 단어는 완벽하게 정제된 타이포그래피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적어 내려간 흔적을 담고 있다. 이 글씨는 태양이 직접 쓴 것으로, 개인적인 생각과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형태이다. 그 때문에 이 단어는 하나의 선언처럼 보이기보다, 조용히 드러나는 어떤 고백이나 깨달음처럼 느껴진다. TRUTH는 전시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단어로, 이전 공간들을 지나며 경험했던 감정과 시간, 관계와 빛의 감각들이 하나의 질문처럼 모이는 지점에 놓여 있다. 어둠 속에서 작은 빛에 의해 드러나는 이 단어는, 진실이란 언제나 크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멈추어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발견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TRUTH가 놓인 공간의 바닥에는 ETERNITY라는 단어가 카펫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관객은 이 단어가 깔린 바닥 위를 직접 걸으며 전시의 마지막 공간을 지나가게 된다. 벽에서 작은 빛으로 드러나는 TRUTH와 달리, ETERNITY는 관객의 발 아래 놓여 있으며 몸의 움직임과 함께 경험되는 작품이다. 카펫 위에 놓인 ETERNITY라는 단어는 하나의 표식처럼 공간을 가로지르며 자리하고 있다. 관객은 그위를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단어는 단순히 읽히는 텍스트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함께 경험되는 감각으로 바뀐다. 단어 위를 걷는 행위는 마치 시간 위를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며, 관객의 발걸음은 전시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 작업은 영원이라는 개념을 먼 미래나 추상적인 시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지나가는 경험 속에서 만들어지는 시간의 감각을 이야기한다. 관객이 ETERNITY라는 단어 위를 걸어 지나가는 짧은 순간은 매우 일시적인 장면이지만, 그 경험은 전시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게 된다. ETERNITY는 영원이 멀리 존재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지나가며 만들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전시의 끝에서 관객은 이 단어 위를 걸으며 공간을 떠나게 되고, 그 마지막 발걸음은 전시의 흐름이 하나의 시간으로 이어졌음을 조용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