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 Jiyong
Photographer

불행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2024년 2월 28일, 사진가 윤지용은 갑자기 촬영장 바닥이 무너지는 추락 사고를 당했다. 당시 그는 심장이 파열되고 온몸이 부서지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였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인 2025년 2월 28일, 사고로 인한 아픔과 상처, 치유와 극복 과정을 담은 전시 «Out of the Blue»를 통해 다시 세상과 마주한다. 이번 전시는 두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보낸 6개월(2024년 2월 28일~9월 6일), 두 번째는 퇴원 후 재활을 위해 떠난 하와이에서의 기록 (2024년 12월 5일~2025년 1월 9일)이다.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던 작가의 시선은 회복 장소인 하와이로 향하며 경계를 넘어 자유로워진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촬영한 두 장면은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사고의 아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카메라는 그에게 다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었고, 상처를 마주하고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도구가 되었다. 제1장 멈춰버린 시간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보낸 6개월 동안, 작가는 매일 불안과 절망 속에 침잠했다. 여러 차례의 수술을 거친 후에도 여전히 숨이 가빠오면 엄습하는 공포, 수술 부위의 극심한 통증,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상실감이 날마다 그를 짓눌렀다. 그럼에도 그는 가장 힘든 순간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병원에 있으면 계절의 변화가 무의미하다. 봄에서 여름으로 아주 느리게 넘어가던 어느 5월, 그는 오른손 붕대를 푼 기념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병원 옥상의 장미 넝쿨을 찾았다. 그날따라 하늘은 유난히 푸르고 장미는 햇빛 아래 눈부시게 빛났다. 그날 이후, 그는 매일 병원 옥상에서 장미와 하늘을 찍었다. 장맛비가 내리던 날은 축축하게 젖은 검붉은 장미를, 두피가 타버릴 듯 쨍쨍한 날은 바짝 마른 새빨간 장미를, 해 질 녘엔 고개 숙인 장미의 그림자를 담았다. 이렇게 가만히 장미를 바라보다 보니 자연스레 하늘의 변화와 구름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따라갔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무채색의 병원에서 장미와 하늘은 그에게 유일한 팔레트이자 커다란 안식처였다. 그때부터 병원의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 복도를 채우던 따뜻한 햇살, 매일 재활 치료실에서 만지던 운동 기구들, 다른 환자들이 건네던 소소한 간식까지. 그는 이 모든 것을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담았다. 이 기록들은 그가 병원 생활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자 끔찍한 통증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진통제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 되어 있었다. 제2장 다시 찾은 여름 하와이에서 보낸 한 달은 그가 잃어버린 여름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반년을 병원에서 보낸 그에게 유독 더웠다는 2024년 여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번잡한 관광지가 아닌 조용한 카할라 지역에 머물며 오직 재활과 회복에 집중했다. 매일 집 주변 해변을 따라 걸으며 주변 풍경들을 채집했다. 회색빛 병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일상의 생동감. 차가운 병실과 대비되는 따뜻한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소리,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수영장에 비친 보랏빛 하늘, 이른 아침 해변에서 뛰노는 소녀들까지. 그에겐 일상에서 마주한 모든 장면이 특별하고 생경하게 다가왔다. 불행에 갇혀 있던 시간에도 삶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그는 아직 사고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고 그 너머에 새로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상처가 잘 아물게 하고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는 것. 삶이 예기치 않게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알리는 것. 그가 바로 이 전시를 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