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ssion

Jeon Hyunji

Artist

WWF가 여덟번째로 함께하는 친구는 작가 전현지 @iaacs이다. 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 IAAC Crafts를 운영하는 작가는 공예가 직면하는 사회적 기준에 기대기 보다 스스로의 순간에 집중한 작업으로 예술과 디자인 중 어느 한 쪽에 매몰되지 않고 온전하고 견고하게 자신만의 미감을 세운다. 그는 기존 도자 작업이 요하는 시각적 균형에 집착하기 보다 스스로의 시간의 흐름에 집중한 작업을 보여준다.

Song of Gravity
2023.4.28 - 2023.6.4

전현지는 흙으로 이룬 도자 작업으로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간다. 기존의 도자 영역에서 규정하는 ‘균형’이 시각적으로 견고한 대칭이었다면, 전현지는 작업 중 변화하는 작가의 정신에 의해 순간적으로 틀어지고 처지는 연약한 흙의 물성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완벽한 대칭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균형감을 가진다.

이번 전시의 3층에서는 작가 전현지의 그동안의 흐름을 읊을 수 있는 다양한 도자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4층에서는 이번 전시를 모티프로 IAAC Crafts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콘란샵이 협업하여 제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Interview with the Artist W﹕도예 작업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흙을 만질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J﹕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료 자체가 가진 물성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흙의 종류가 다양하고 재료가 가진 특징이 각기 다릅니다. 소재가 지닌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 이후에 유약의 색감, 소성 온도 마다 달라지는 분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W﹕도예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매체인데요. 작가님만이 지니게 된 고유의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J﹕말씀하신 것처럼 도자기는 인류 최초의 발명품입니다.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등의 신소재의 등장과 어려운 작업과정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완성된 도자기는 수 천 년이 지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제 작업이 가진 분위기가 퇴색되거나 질리지 않고 공간에서의 은은한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 저만의 색깔이라고 생각합니다.

W﹕균형. 작가님의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 같습니다. 이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J﹕균형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건 오히려 균형이 깨진다고 느꼈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균형을 맞추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제 삶이 늘 안정적인 궤도를 따라 흐트러짐 없이 흘러왔기 때문일 거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궤도를 벗어 난다고 느꼈어요. 특히 이악크래프트를 운영하면서부터는 온통 한쪽으로 치우쳐져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저의 모습이 강박적으로 느껴졌어요.

W﹕예술과 공예의 영역이 양립하는 가운데 도자는 둘을 아우르는 매체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J﹕예술과 공예는 18세기 이전에는 분리하지 않았으나 현대에 와서 정치 사회적인 현상으로 이분법적인 구분이 나타났습니다. 이미 공예라는 단어 속에 ‘예’를 담고 있는데 실용성과 그 기능을 따져 묻는다면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쓸모있는 것 아닐까요?

W﹕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 이악크래프트를 어떤 계기로 오픈하게 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J﹕바로 앞에서 해주신 질문들이 전부 이악크래프트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인류 최초의 발명품이자 오래도록 사랑받은 매체지만 신소재들이 발견된 만큼 오랜시간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고 현대적이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어요. 특히 스튜디오를 오픈한 10년 전만해도 미술 시장에서는 관심받지 못하고 유물로 발견되는 청자나 백자 같은 고미술품만이 옥션에서 겨우 팔렸습니다. 도자예술에도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는데 이러한 점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과 저의 작업 방향성을 통해 공예 전반에 제시하겠다는 도전의식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